모두의 여섯번째 친구
모두의 여섯번째 친구는 모두의 여섯번째 친구다 그러니까 가장 친한 친구를 세 명 꼽을 때는 당연히 꼽히지 않고 다섯명까지 꼽을 때는 아슬아슬하게 꼽히지 않지만 그래도 친한 친구를 얘기할 때는 꼭 언급이 되는 정도의 친구다 여섯번째 친구와의 약속은 여섯번째의 우선순위를 가진다 그러니까 다른 첫번째부터 다섯번째 까지의 친구와 약속이 생기면 다른 것을 핑계로 여섯번째 친구와의 약속을 미루거나 취소할 수 있다 모두의 여섯번째 친구의 친구들은 모두의 여섯번째 친구를 좋아하지만 무인도에 떨어졌을 때 함께 가고 싶다 거나 술을 마실 때 가장 먼저 부른다 거나 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분명히 모두의 여섯번째 친구가 모두와 친하다는 사실은 엄연한 사실이다 어느날 모두의 여섯번째 친구는 공원 벤치에 앉아 자신의 네번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의 네번째 친구는 자신의 세번째 친구와 만나고 있어서 전화를 받지 못했다 그날 모두의 여섯번째 친구는 하염없이 혼자 공원을 걸었다 그의 열 네번째에서 열 다섯번째 정도의 친구에게 술 한 잔 마시자는 연락이 왔지만 그의 열두번째 친구가 자기 자신이었기 때문에 연락에 응하지 않았다 모두의 여섯번째 친구는 자신이 새로 만든 음악을 다른 친구들이 들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친구들 중 반은 듣고 반은 듣지 않았다 그리고 음악을 들은 반 중에서도 또 절반은 음악을 듣다가 껐다 또 음악을 듣지 않은 절반 중에 절반은 그가 음악을 만든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다 아 맞다 너 음악한다고 했지? 같은 말을 한다 그 다음 이야기 주제는 학창시절 음악시간 수행평가 에피소드다 모두는 모두의 여섯번째 친구를 좋아한다 다만 좋은 일이 생기거나 슬픈 일이 생겼을 때 모두의 여섯번째 친구를 가장 먼저 떠올리진 않을 뿐이다 모두의 여섯번째 친구는 기쁘거나 슬픈 일을 듣는 사람이 아니라 기뻤거나 슬펐던 일을 듣는 사람이다 모두의 여섯번째 친구는 그렇구나, 그랬구나 보다 그랬었구나, 그런 일이 있었구나 같은 대답을 하는 친구다 모두의 여섯번째 친구는 음악 작업으로 인한 수입만으로는 삶을 영위하기가 어려워 고민 끝에 직장을 구하기로 했다 그의 최근 대화 토픽은 어떤 일을 해야 좋을까? 이다 모두는 모두의 여섯번째 친구의 이러한 고민을 절반은 알고 절반은 알지 못한다 절반의 절반은 모두의 여섯번째 친구와 만나 이러한 그의 고민을 직접 들었고 나머지 절반은 누군가에게 전해들었다 알지 못하는 절반 중의 절반은 모두의 여섯번째 친구와 연락을 하거나 만나지 않았고 또 나머지 절반은 모두의 여섯번째 친구가 이미 취업을 한 걸로 알고 있다 그렇게 알고 있는 사람 중 또 절반은 모두의 여섯번째 친구가 그냥 원래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인 걸로 알고 있다 음악을 하거나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냥 원래 멀쩡한 직장에 잘 다니고 있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모두의 여섯번째 친구에게 관심이 없다거나 그를 싫어한다거나 친구로 여기지 않는 건 아니다 여전히 친한 친구를 두 손으로 셀 때는 꼭 모두의 여섯번째 친구도 포함시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