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앞의 노인
평일 점심시간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의 키오스크 앞에는 노인 하나가 구부정히 서있다 그는 햄버거를 먹으려고 하는 사람이다 노인은 키오스크 조작에 익숙하지 못하다 노인은 어떤걸 눌러야 할지 몰라 그냥 가만히 서있다 그것이 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작법이다 노인의 뒤로 줄이 생긴다 키오스크는 성미가 급한 까닭에 사람을 오래 기다리지 못해 60초 동안 조작이 없을 경우 초기 화면으로 돌아가는 습성을 지녔다 그러나 노인은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고 우물쭈물 거리다 60초가 지나는 바람에 키오스크 화면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일이 벌어졌다 노인의 뒤에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키오스크와 흡사한 습성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노인을 재촉했으나 재촉한다고 알지 못하는 키오스크 조작법을 갑자기 알게 되는 것도 아니었다 노인은 여전히 우물쭈물하고 줄 선 자들은 노인을 닦달한다 그들 중 누구도 노인을 도울 생각은 하지 않는다 키오스크는 급한 성미를 이기지 못하고 다시 초기 화면으로 돌아간다 노인은 애타는 심정으로 직원을 불렀으나 그의 목소리는 직원에 닿지 못하고 줄은 계속해서 길어진다 그렇게 끝없이 쭉 이어진 끝에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고 돌아올 정도의 줄이었다 그렇게 만난 어린이들이 모두 늙어 키오스크 조작법을 잊어버릴 때까지 노인은 키오스크를 만지지 못해 우물쭈물 하고 있었다